[5.18] 어느 20대 청년의 다짐(제39주년 5.18민주화운동 기념식 中) - 안혜진님


저는 방금 전 인터뷰 하신 이정림 할머니의 손녀이기도 하고 5.18 희생영령이신 고 안종필의 조카인 20대 청년직장인 안혜진입니다.

저보다 훨씬 어렸던 열일곱,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삼촌이 도청에서 사망했을 때 큰 형이었던 제아버지는 할머니 대신 그 모질고 힘든 상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습니다.

동생 시신을 확인해야 했고 쫓기다시피 삼촌을 망월동에 묻어야 했으며 차마 막내 동생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 아파서 할머니에게 시신조차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.

아버지는 그 일을 두고 평생을 아파하셨습니다.

제 아버지도 그때는 제 나이었을 청년이었을텐데 말입니다.

청천벽력 같은 상황을 감내하고 그런 엄청난 슬픔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 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.

우리 가족처럼 광주의 1년은 5월부터 시작해서 5월로 끝난다고 이야기합니다.

1년 내내 5.18을 이야기하고 일년 내내 5.18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.

그래서 광주에서 5.18은 애증이고 아픔이고 기억 그 자체입니다.

요즘 저희 할머니는 막내아들인 삼촌의 기억도 점차 잃어 가십니다.

그러면서도 가슴에는 아직도 그 날이 한으로 남아서인지 눈물이 많아지셨습니다.

아픔은 기억으로 남고 슬픔은 한으로 남는다고 합니다.

아픈 기억이라 하여 잊기 보다는 그 기억들을 다 잡아 제 가슴에 간직하려고 합니다.

삼촌을 기억하고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그분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5월 그날 성년이었던 우리 아버지의 고통과 슬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제 할머니를 위로하는 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.

잊지않겠습니다. 감사합니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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